미국, 홍콩, 영국: 국가별 가상자산 ETF 규제 특징과 한국의 과제
2024년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이후, 가상자산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투자 자산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습니다. 홍콩, 영국 등 주요 금융 허브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며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혁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며 제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 법적 불확실성과 제도적 미비로 인해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이 지연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미국, 홍콩, 영국의 가상자산 ETF 규제 모델의 핵심 특징을 비교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이 당면한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심층적으로 진단해 보겠습니다.
주요 3개국 가상자산 ETF 규제 모델 비교
미국, 홍콩, 영국은 각국의 금융 환경과 규제 철학에 따라 고유한 방식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또는 ETN)를 도입했습니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 아래 시장의 투명성과 감시 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으며, 홍콩은 정부가 인가한 플랫폼 중심의 통제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반면 영국은 전문 투자자에게 먼저 시장을 개방하고 점진적으로 개인 투자자로 확대하는 신중한 접근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각국의 규제 모델은 상품 구조, 투자자 보호, 시장 감독 등 다양한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이는 한국의 정책 수립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국가별 규제 특징 요약
한국의 현주소: 산적한 법적·제도적 과제
주요국들이 가상자산 ETF 시장을 선점하며 빠르게 나아가는 동안, 한국은 여러 법적, 제도적 장벽에 부딪혀 논의가 제자리걸음입니다. 현물 ETF 도입 지연은 국내 투자 자본의 해외 유출을 심화시키고,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국회에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막는 4대 쟁점
한국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초자산의 법적 정의: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ETF의 기초자산으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을 ETF의 적격 기초자산으로 포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 수탁(Custody) 인프라 부재: ETF 운용을 위해서는 기초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탁 기관이 필수적이지만, 현행법상 신탁회사가 가상자산을 수탁할 법적 근거가 미비합니다.
- 공정한 시장가격 형성: 자본시장법은 ETF 기초자산의 가격이 공신력 있는 거래소에서 형성될 것을 요구하지만,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러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파생상품 시장의 부재: ETF의 유동성 공급과 헤지를 위해서는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 시장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관련 시장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기초자산 범위에 가상자산을 포함하고, 신탁회사의 가상자산 수탁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제언: 투자자 보호와 시장 혁신의 조화
한국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지혜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영국이 전문 투자자에게 먼저 시장을 개방한 후 개인 투자자로 확대한 점진적 접근 방식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며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는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시장감시공조약정'이나 홍콩의 '인가 거래소 중심 생태계' 모델은 국내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로드맵과 정책 방향
단기적으로는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중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방안을 마련하여 시장 연계에 따른 리스크, 투자자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더욱 강화하고, 다양한 가상자산 기반 상품이 출시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국내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신중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