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누가 100조 원짜리 AI 컴퓨터를 만드나
2004년 레고는 팔릴 뻔했습니다. 10년 뒤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버는 장난감 회사가 됐습니다. 비결은 신제품이 아니라 덜어내기였습니다.
레고의 출발은 1932년 덴마크 빌룬의 목공소였습니다. 이름은 '잘 놀아라'라는 덴마크어에서 따왔습니다.
1958년 특허를 받은 블록은 위의 돌기와 아래의 관이 맞물리는 구조입니다. 지금 사도 그때 블록과 맞습니다.
최고만이 충분히 좋다. 창업자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의 좌우명
하지만 1980년대 말 핵심 특허가 끝나자 호환 블록이 쏟아졌습니다. 아이들의 시간도 게임으로 옮겨갔습니다.
경영진은 블록만으로는 디지털 시대를 버틸 수 없다고 봤습니다. 컨설턴트들도 브랜드 확장을 권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1998년, 레고는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습니다. 회사는 불안을 무분별한 확장으로 덮으려 했습니다.
의류, 시계, 게임, TV 시리즈, 놀이공원까지 손을 뻗었습니다. 액션 피규어 갈리도르는 대표적 실패작으로 남았습니다.
블록을 크고 단순하게 바꾼 제품도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그런 레고를 레고답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부품이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세트마다 새 부품을 만들면서 종류가 1만 2천 개를 넘었습니다.
상당수는 한 세트에만 쓰이고 사라졌습니다. 부품마다 금형, 재고, 물류 비용이 따로 붙었습니다.
팔수록 복잡해지고, 복잡할수록 돈이 새는 구조였습니다. 어떤 제품이 돈을 버는지 아는 사람도 드물었습니다.
| 시기 | 사건 |
|---|---|
| 1932년 | 빌룬 목공소 창업 |
| 1958년 | 블록 구조 특허 |
| 1998년 | 창사 첫 적자 |
| 2003년 | 매출 약 26% 감소 |
| 2004년 | 순손실 약 19.3억 크로네 |
| 2005년 | 레고랜드 매각, 흑자 |
| 2014년 | 상반기 매출 마텔 추월 |
판매는 연말에 몰렸고 재고 예측은 자주 빗나갔습니다. 팔리지 않은 상자가 유통 창고에 쌓였습니다.
2004년 순손실은 전년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현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습니다.
혁신을 쫓던 회사가 정체성을 잃은 순간이었습니다.
2004년, 서른다섯 살의 외르겐 비 크누스토르프가 CEO에 올랐습니다. 창업 가문 밖에서 온 첫 최고경영자였습니다.
그의 첫 목표는 성장이 아니라 생존, 비전이 아니라 현금이었습니다.
먼저 부품 종류를 약 7천 개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색상도 정리했고, 새 부품은 꼭 필요할 때만 허용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기존 부품으로 해결할 방법부터 찾아야 했습니다. 처음엔 반발했지만, 제약은 오히려 기발한 조합을 낳았습니다.
2005년에는 레고랜드 지분 대부분을 블랙스톤에 팔았습니다. 대신 멀린 엔터테인먼트 지분 약 30%를 받았습니다.
놀이공원 운영은 레고가 가장 잘하는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비핵심 사업과 일자리도 줄었습니다.
창업 가문은 개인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무엇이 레고를 레고답게 만드는가. 답은 맞물리는 블록이었습니다.
출혈이 멈추자 레고는 팬에게 귀를 열었습니다. 1998년 마인드스톰 프로그램을 고친 팬들을 막지 않았습니다.
2008년에는 팬이 세트를 제안하는 플랫폼을 열었습니다. 지금의 레고 아이디어입니다. 고객을 공동 설계자로 대한 셈입니다.
팬들은 공짜 연구소이자 가장 까다로운 품질 검사관이었습니다. 신제품의 문제를 먼저 찾아낸 것도 팬들이었습니다.
닌자고(2011)와 프렌즈(2012) 같은 자체 세계관도 나왔습니다. 영화와 게임은 블록 상자로 이어지는 문이 됐습니다.
생산 일부를 외부에 맡겼다가 품질 문제로 몇 년 만에 되돌린 일도 있습니다. 실패를 빨리 인정한 것도 회복의 일부였습니다.
| 구분 | 위기 전 | 부활 후 |
|---|---|---|
| 부품 | 1만 2천 개 이상 | 약 7천 개 수준 |
| 사업 | 의류·게임·공원 | 블록 중심 |
| 팬 | 관리 대상 | 공동 설계자 |
2005년 흑자 전환 뒤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해가 이어졌습니다. 2014년 상반기에는 매출로 마텔을 넘어섰습니다.
레고의 부활은 더하는 회사가 빼는 회사로 바뀐 이야기입니다.
레고는 장난감이 아니라 조립하는 경험을 판다고 정의했습니다. 그 기준이 서자 버릴 것과 지킬 것이 선명해졌습니다.
더할 것보다 뺄 것을 먼저 찾는다. 블록은 지키고, 나머지는 바꾼다.
물론 모든 기업에 그대로 통하지는 않습니다. 가족 소유 구조가 단기 실적 압박을 덜어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고통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위기의 해답은 새것이 아니라 본질일 때가 많습니다.
1958년의 블록은 지금도 오늘의 블록과 맞물립니다. 변하지 않은 그 연결이 무너지던 회사를 다시 세웠습니다.
이 글은 기업사 해설이며 특정 투자를 권하지 않습니다. 참고: 레고 그룹 연차보고서(2003·2004), 데이비드 로버트슨 『Brick by Brick』, 가디언(2005)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