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누가 롤렉스 시계의 구매 순번을 정하나
1996년, 스파이더맨의 회사 마블이 파산 보호를 신청했습니다.
13년 뒤 이 회사는 디즈니에 약 40억 달러에 팔렸습니다.
만화 투기 거품에서 영화 제국까지, 결정적 장면 다섯 개를 따라갑니다.
핵심 요약
1990년대 초 미국에서는 만화책이 투자 상품처럼 팔렸습니다.
희귀한 옛 만화 한 권이 수만 달러에 팔렸다는 소식이 퍼졌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신간을 상자째 사 두었습니다. 같은 호를 열 권씩 사는 수집가도 많았습니다.
마블은 표지만 바꾼 변형판과 특별판을 쏟아냈습니다.
1991년 엑스맨 1호는 약 800만 부가 팔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출판사와 가게, 수집가 모두가 거품에 올라탄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쌓아 둔 만화는 희귀품이 될 수 없었습니다.
1993년 무렵 거품이 꺼지자 수많은 만화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만화책은 투자 상품에서 재고 더미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주인 페렐먼은 빚을 내 카드·스티커 회사와 유통사까지 사들였습니다.
1996년 한 해 손실은 4억 달러를 넘었다고 전해집니다.
결국 1996년 12월, 마블은 파산 보호를 신청했습니다.
파산 이후 칼 아이칸과 페렐먼이 마블의 주도권을 놓고 다퉜습니다.
아이칸은 채권을, 페렐먼은 지분을 무기로 법정에서 맞섰습니다.
승자는 마블 장난감을 만들던 토이비즈였습니다.
토이비즈를 이끌던 아이크 펄머터와 아비 아라드는 캐릭터의 가치를 믿었습니다.
1998년 두 회사가 합병하며 마블은 파산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현금이 부족했던 마블은 영화 판권을 팔아 버텼습니다.
| 캐릭터 | 판권 행방 |
|---|---|
| 엑스맨 | 20세기 폭스 |
| 스파이더맨 | 소니 |
| 헐크 | 유니버설 |
| 판타스틱 포 | 독일 제작사 |
엑스맨은 이미 1994년에 폭스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스파이더맨 판권 대금은 약 700만 달러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998년 블레이드와 2000년 엑스맨이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2002년 영화 스파이더맨은 전 세계에서 8억 달러 넘게 벌었습니다.
그러나 그 돈 대부분은 영화사의 몫이었습니다. 마블은 판권료와 장난감 판매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영웅들은 소속 회사가 달라 한 영화에 함께 나올 수도 없었습니다.
2005년 마블은 직접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계획을 밀어붙인 사람은 할리우드 출신 임원 데이비드 메이젤이었습니다.
영화 한 편에 1억 달러가 넘게 드는데, 파산을 겪은 회사에 돈을 빌려줄 곳은 드물었습니다.
결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손잡고 5억 2,500만 달러를 마련했습니다.
담보는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닉 퓨리 등 영웅 열 명의 영화 판권이었습니다.
영화가 실패하면 판권이 채권자에게 넘어갈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업계에서는 마블이 영혼을 저당 잡혔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해집니다.
영웅을 팔지 않고, 영웅에게 회사를 걸었습니다.
대신 대출 책임을 영화 사업에만 묶어 회사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실패의 범위를 가둔 설계가 도박을 계산된 위험으로 바꿨습니다.
배급은 파라마운트에 맡기고 제작 결정권은 마블이 쥐었습니다.
당시 마블에 남은 영웅은 대중에게 덜 알려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마침 다른 영화사에 묶여 있던 아이언맨 판권이 돌아왔습니다.
2008년 5월, 마블 스튜디오의 첫 영화 아이언맨이 개봉했습니다.
감독은 존 파브로, 주연은 재기를 노리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였습니다.
다우니 주니어는 과거 약물 문제로 할리우드가 꺼리던 배우였습니다.
제작비는 약 1억 4천만 달러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미 개봉 첫 주말에만 약 9,86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약 5억 8,5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엔딩 크레디트 뒤에는 닉 퓨리가 나타나 어벤져스 계획을 예고했습니다.
여러 영웅이 한 세계에 산다는 예고는 판권이 흩어진 시절엔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2009년 8월, 디즈니는 마블을 약 4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인수는 그해 12월 31일 마무리됐고, 디즈니는 5천 명이 넘는 캐릭터를 얻었습니다.
판권을 팔면 오늘을 산다 판권을 지키면 미래를 산다
첫째, 핵심 자산인 캐릭터를 남에게 빌려주지 않고 직접 키웠습니다.
둘째, 영화 한 편이 아니라 십 년짜리 이야기를 설계했습니다.
셋째, 큰 위험을 지되 실패가 회사 전체로 번지지 않게 막았습니다.
넷째, 만화에서 쓰던 연재 방식을 영화에 그대로 옮겼습니다. 관객은 다음 편을 보려고 다시 극장을 찾았습니다.
| 위기의 선택 | 결과 |
|---|---|
| 판권 매각 | 당장의 생존 |
| 판권 담보 대출 | IP 직접 보유 |
| 세계관 설계 | 디즈니 인수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누적 흥행 수입은 30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헐값에 팔렸던 스파이더맨도 2015년 소니와의 협약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슈퍼히어로 피로감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작품이 너무 많아져 관객이 지쳤다는 해석입니다.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까지 늘어나며 따라가기 버겁다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그래도 위기 때 무엇을 팔고 무엇을 지킬지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여러분이라면 파산 직전에 영웅을 팔았을까요, 담보로 걸었을까요?
본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교양 콘텐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일부 내부 사정은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