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청동기 문명을 무너뜨린 자는 누구인가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청동기 문명을 무너뜨린 자는 누구인가
핵심 요약
- 기원전 1200년 전후 제국들이 연쇄 붕괴했다.
- 이집트는 범인으로 바다 민족을 기록했다.
- 가뭄과 지진의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 학계는 복합 붕괴를 정설로 본다.
수백 년을 버틴 제국들이 불과 수십 년 만에 쓰러졌습니다. 3천 년 넘게 풀리지 않은 이 사건의 범인을 찾아봅니다.
무너지기 전 세계는 어땠나
기원전 1500년 무렵 동지중해는 고대판 세계화 시대였습니다. 이집트, 히타이트, 바빌로니아, 미케네, 키프로스가 하나의 교역망으로 묶여 있었습니다.
왕들은 서로를 형제라 부르며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이집트 아마르나에서만 외교 서신 380여 점이 나왔습니다.
이 체제의 심장은 청동이었습니다. 청동은 구리와 주석을 약 9대 1로 섞은 합금입니다.
문제는 두 금속의 산지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구리는 키프로스에서 났지만 주석은 먼 곳에서 들여와야 했습니다.
1982년 튀르키예 해안에서 발견된 울루부룬 난파선에는 구리 약 10톤과 주석 약 1톤이 실려 있었습니다. 배 한 척이 제국의 무기고였던 셈입니다.
| 문명 | 붕괴 시기(추정) | 결과 |
|---|---|---|
| 히타이트 | 기원전 1180년경 | 수도 포기 |
| 우가리트 | 기원전 1185년경 | 영구 소멸 |
| 미케네 | 기원전 1200년경 | 궁전 붕괴 |
| 이집트 | 기원전 1150년 이후 | 생존, 쇠퇴 |
이집트는 누구를 지목했나
룩소르 서안의 메디넷 하부 신전 벽에는 람세스 3세 재위 8년의 전투가 새겨져 있습니다. 대략 기원전 1177년의 일입니다.
"어떤 나라도 그들의 무기 앞에 버티지 못했다." (메디넷 하부 비문 요약)
비문은 여러 집단의 이름을 나열합니다. 학자들은 이들을 묶어 바다 민족이라 부릅니다.
- 펠레세트: 블레셋인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
- 셰르덴: 이집트 용병으로도 등장
- 셰켈레시, 체케르, 데넨, 웨셰시
벽화에는 전사 뒤로 여자와 아이를 태운 소달구지도 보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난민 집단이었다는 가설도 나옵니다.
다만 이 비문은 파라오의 승리를 과시하는 선전물입니다.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우가리트는 무엇을 남겼나
시리아 해안의 항구 우가리트에서는 멸망 직전의 점토판 편지들이 발견됐습니다. 마지막 왕 암무라피는 키프로스 왕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는 적의 배가 와서 도시를 불태웠다고 썼습니다. 자신의 군대와 함선은 히타이트를 도우러 멀리 나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다른 편지에는 적선 7척이 큰 피해를 입혔다는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그 뒤 우가리트는 다시 재건되지 않았습니다.
이 편지들이 가마 속에서 구워지다 발견됐다는 이야기는 이후 연구로 정정됐습니다. 극적인 일화일수록 검증이 필요합니다.
자연은 어떤 공범이었나
2013년 키프로스 라르나카 염호와 갈릴리 호수의 퇴적층이 분석됐습니다. 기원전 1200년 전후 꽃가루가 급감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장기 가뭄의 흔적으로 해석됩니다. 히타이트 왕이 곡물 수송을 생사의 문제라 적은 편지도 남아 있습니다.
일부 학자는 수십 년간 지진이 연달아 일어났다는 지진 폭풍 가설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모든 파괴를 설명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많습니다.
가뭄 → 기근 → 이주 → 전쟁 주석 단절 → 청동 부족 → 붕괴
여기에 무거운 세금에 지친 백성의 반란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용의자는 점점 늘어납니다.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고고학자 에릭 클라인은 『1177 B.C.』에서 단일 범인은 없다고 봅니다. 여러 충격이 겹친 복합 시스템 붕괴라는 것입니다.
하나씩은 버틸 만한 충격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몰려오자 촘촘한 연결망이 도미노처럼 무너졌습니다.
| 용의자 | 증거 | 평가 |
|---|---|---|
| 바다 민족 | 메디넷 하부 비문 | 결정타 가능성 |
| 가뭄 | 꽃가루 분석 | 유력한 배경 |
| 지진 | 붕괴 흔적 | 미검증 가설 |
| 교역 단절 | 서신, 난파선 | 증폭 요인 |
폐허 위에서는 철기, 페니키아 알파벳, 그리스 폴리스가 태어났습니다. 붕괴는 끝이면서 동시에 시작이었습니다.
결국 범인은 모두가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였는지도 모릅니다. 기후 위기와 공급망 문제를 겪는 오늘에도 울림이 큰 교훈입니다.
면책: 본 글은 공개 학술 자료를 바탕으로 한 교양용 정리이며 연대와 해석은 연구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Eric H. Cline 『1177 B.C.』(2014), 메디넷 하부 비문, Kaniewski 외(2013), Langgut 외(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