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어디서 목성의 대적점은 에너지를 얻나
알프스 2천 미터 아래에서 기계 하나가 하루 56미터를 뚫었습니다. 칼도 폭약도 아닌 방법이었습니다.
터널보링머신은 줄여서 TBM이라고 부릅니다. 앞쪽의 둥근 커터헤드를 돌려 터널을 원형으로 뚫는 기계입니다.
영어권에서는 흔히 두더지라는 별명으로 부릅니다. 하지만 크기는 두더지와 비교가 안 됩니다.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의 TBM은 지름이 약 9.5미터였습니다. 뒤에 딸린 설비까지 합치면 길이가 400미터를 넘었습니다.
앞에서는 바위를 부수고, 가운데서는 몸을 밀고, 뒤에서는 벽을 세웁니다. 움직이는 지하 공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커터헤드에는 접시 모양의 쇠바퀴가 수십 개 달려 있습니다. 이것을 디스크 커터라고 부릅니다.
디스크 커터는 바위를 썰지 않습니다. 엄청난 힘으로 눌러서 금이 가게 만듭니다.
바퀴 사이의 금이 서로 만나면 바위가 조각으로 떨어져 나옵니다. 떨어진 조각은 컨베이어가 뒤로 실어 나릅니다.
칼날이 아니라 압력이 산을 엽니다.
이 아이디어는 꽤 오래됐습니다. 1853년 미국의 한 발명가가 이미 회전하는 원판 커터를 시도했다고 전해집니다.
바위를 누르려면 그만큼 뒤에서 받쳐 줄 힘이 필요합니다. 허공에서 밀면 기계가 뒤로 밀려날 뿐입니다.
단단한 암반에서는 그리퍼라는 거대한 발판이 양옆 벽을 꽉 누릅니다. 그 상태에서 유압 실린더가 앞부분을 밀어냅니다.
한 번 밀고 나면 그리퍼를 풀고 앞으로 옮겨 다시 붙잡습니다. 자벌레가 기어가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고트하르트에서는 이 방식으로 하루 56미터를 뚫은 기록이 나왔습니다.
흙이나 무른 땅에서는 붙잡을 벽이 없습니다. 이때는 실드 TBM이 쓰입니다.
기계는 뚫자마자 뒤쪽에 콘크리트 조각을 둥글게 조립합니다. 이 조각을 세그먼트라고 합니다.
마지막 쐐기 조각이 들어가면 반지가 단단히 잠깁니다. 그다음 TBM은 방금 만든 반지를 밀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즉 자기가 깐 길을 발판 삼아 전진하는 셈입니다. 터널 벽이 곧 기계의 발판입니다.
| 방식 | 지반 | 미는 곳 |
|---|---|---|
| 그리퍼 TBM | 단단한 암반 | 터널 옆벽 |
| 실드 TBM | 흙·무른 땅 | 세그먼트 반지 |
| 이중 실드 | 혼합 지반 | 둘 다 가능 |
흔한 오해는 단단한 바위가 가장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는 무르고 부서지는 지반이 더 까다롭습니다.
고트하르트 남쪽의 TBM 두 대는 출발 직후 무른 단층대를 만났습니다. 약 400미터를 지나는 데 반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시애틀의 버사는 지름 17.5미터의 거인이었습니다. 그런데 2013년, 땅속에 남아 있던 지름 20센티미터 강관과 부딪힌 뒤 멈췄습니다.
이후 조사에서 주 베어링 씰 손상도 드러났습니다. 원인을 두고는 당사자 간 주장이 엇갈렸고, 굴착은 약 2년 지연됐습니다.
| 연도 | 사건 |
|---|---|
| 1853 | 원판 커터 시도 |
| 2009 | 하루 56m 기록 |
| 2013 | 버사 강관 충돌 |
| 2016 | 고트하르트 개통 |
누르고 → 붙잡고 → 밀고 벽을 깔고 → 그 벽을 밟는다
정리하면 TBM은 산과 힘겨루기를 하는 기계입니다. 버티는 힘이 곧 전진하는 힘입니다.
본 글은 일반 정보이며 실제 시공은 전문 기관의 설계와 안전수칙을 따릅니다. 출처: Herrenknecht 고트하르트 자료, Wikipedia TBM·Bertha 문서.